life/journal

250530 좋아하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봐야 하는 이유

detail_jy 2025. 5. 30.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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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좋아하는 게 많다고 하는 세상이다. 

10여년 전 내가 대학생이었을 땐 딱히 좋아하는게 없었다.

 

그때는 그냥 학생의 본분을 다하고 (과제), 기숙사에서 살면서 끼니 때마다 잘 챙겨먹는 것이 중요했다. 

인스타그램을 사용하지 않았고 흔하디 흔하던 페북도 사용하지 않았던 참 아날로그적인 사람이었다. 

 

그런데 인스타그램의 시대가 오면서 새로운 세계가 열렸고, 

세상에 좋아보이고 멋있고 예쁜 것들에 대한 온갖 정보를 다 알게되었다. 

패션 쪽에서 일을 시작하다 보니 주변엔 감도가 좋은 친구들이 서서히 생기면서 그들을 따라 안목을 높여보고자 나도 열심히 보고, 또 다니면서 서서히 '좋아하는 것'을 늘려갔다. 

 

내 길에서 처음 벗어난 것은 취준생 시절내가 건축과 디자인을 '좋아해서', 그래서 이것으로 커리어를 삼고 싶다는 랜덤하고도 무모한 욕망을 가졌다. 의류학과 학생이 공간디자인, 건축스튜디오 수업을 쫓아다니며 해보겠다고 낑낑댔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고, 건축계와 디자인계의 거장들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것으로 만족했던 것 같다. 실제로 건축과 디자인을 배우며 좋은 공간과 사용자경험 같은 개념을 처음 알게됬었다. 사고가 확장되며 마음이 채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해 바로 도쿄에 혼자 건축물과 미술관 구경을 하러 처음 놀러갔었는데, 말로 형언할 수 없이 멋있는 것들에 마음이 굉장히 설렜었다. 안도다다오, 헤로쪼그드뮤런, 긴자의 패션 플래그십스토어, 도쿄국립미술관.. 등 그때 처음 감각적인 경험이란 것을 해본 것 같다. 

 

그로부터 몇년 후, 회사를 다니면서 좋아하는 것들은 점차 늘어났다. 패션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았던 것 같고, 그림이나 사진, 도자기, 편집샵, 맛집, 여행을 좋아하게 됬다. 그 중에서는 취미로 시작한 것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는 정말 그런 것들을 좋아했을까 생각해본다. 다른 사람들이 해놓은 멋진 결과물, 그들이 쌓아온 업적들이 모여서 총체적으로 보여지는 그런 미감과 분위기에 이끌렸던 것은 아닐까. 막상 그 세계에 직접 부딪혀서 작은 것 하나하나 부터 알아가기 시작했을 때는, 내가 처음 이끌렸던 그 '이미지'와 거리가 너무 멀어 아득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것들 자체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총체적인 어떤 것, 충실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서 얻은 삶의 결과물들을 보고 부러워했던 것 아닐까. 구체적으로 그림 또는 사진, 도자기, 인테리어 디자인, 가구디자인, 요식업 등 분야와 상관 없이 부러워했다. 좋아한 게 아니라 부러워한 것 같았다. 

 

좋아하는게 없어서 즐겁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반면, 좋아하는 게 너무 많아서 힘든 나같은 사람도 요즘은 많은 것 같다. 

좋아하는 게 많아서 정하지 못하겠는 마음 상태는 무엇 하나에 깊게 몰입하는 것을 방해한다. 이것을 하고 있다가도, 인스타그램 조금 보다보면 저것이 더 재밌어보이고, 못내 아쉽고 그런 마음이 든다. 

 

하지만 좋아하는게 많다는 것은 그냥 착각인 경우가 많다. 실제로 해보면 안다. 하지만 우리에겐 모든 것을 다 시도해볼 시간이 없다. 내가 그렇게 해보고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했다. 무엇 하나 제대로 하는데 적어도 10년은 잡아야 한다 (기준이 높은 경우를 말한다). 짧은 시간에 남들이 이루어놓은 멋진 것 감도 높은 것을 엇비슷하게 흉내라도 내보려고 했던 것이 지금 돌이켜보면 철이 없었다고 생각된다. 

 

나는 또 좋아하는 것을 꼭 직업적으로 연결하려는 습관이 있는데, 요가를 할 때도 요가 지도자가 되는 상상을 하고, 일러스트를 처음 배우면서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야하지 않을까? 도자기를 배우면서도, 나도 도자기 브랜드를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사고 회로가 자꾸 켜졌다. 무엇이든 잘 하고 싶은 욕심에 그런 것 같다. 여전히 좋아하는 것은 많다. 그리고 미래에 대체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좋아하는 것으로 내 사업을 해야한다는 생각, 전업으로 삼아야한다는 생각은 습관이되어 여전히 그렇게 하지만, 생각 습관이 쉽게 고쳐지는 것이 아니니, '좋아한다'라는 생각과 말을 전보다는 더 의식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좋아하는 그 대상의 구체적인 무엇을 좋아하는지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막연히 나는 '책'을 좋아해, '서점'을 좋아해. 라고 생각하면 나같은 경우 '독립서점' 운영하고 싶다. 라는 생각까지 넘어갈 때가 있다. 하지만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서점에 가는 것을 좋아해. 서점에서 책을 구경하는 것을 좋아해. 집에 책을 쌓아두는 것을 좋아해' 라고 구체적으로 집어서 생각한다면, 독립서점을 오픈하고싶다라는 생각까지 굳이 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요리의 경우도 요리를 하는 것이 좋은 거지, 식당을 운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단순히 요리하는게 좋다고 식당 운영을 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것이다. 물론 단순한 좋아함으로 시작해 일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처음부터 그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했다면 부담감에 오래하지 못할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사진이든, 그림이든, 도자기든, 좋다라고 만 생각하지 않고 한 가지를 정해서 일단 '하는 것'이 좋다라고 생각된다면 그냥 '하면 된다.' 직업적으로 포토그래퍼, 아티스트, 도예가가 되어야만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가. 아니면 '하는 것;이 아니라 구경하고 수집하는 것이 좋다라고 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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