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체력을 늘리기 위해 러닝을 시작했다.
동네 러닝 크루에도 가입해봤다. 딱 한번 나갔다.
크루랑 뛰는 것도 장점이 분명히 크다. 하지만 모임장소로 나가느니 그냥 혼자 뛰고 싶은 생각이 지금은 조금 더 크다.
혼자 좀 더 뛰고 크루에서 강퇴당하지 않기 위해 한달에 한번은 가야지. 아직은 그 한달이 채 되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 러닝을 나가면서 핸드폰에 배터리가 다 나가가는 것을 발견했다.
나이키 앱을 키면 배터리가 분명 금방 소진될 것 같아 러닝장소로 가는데 평소처럼 음악을 바로 켜지 않았다.
배터리 수명이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음악을 들을지 생각하게되었다.
러닝을 하러나가는 상쾌한 5월 아침에 듣고 싶은 음악, 이 행복한 순간과 함께할 음악을 고르는 일에 순간 몰입하게되었다.
어떤 일이든, 무한하지 않고 한계가 있을 때 우리는 보다 의식적으로 사고하게되는 것 같다.
매 순간을 나는 더 의식적으로 살아가고 싶다고 생각한다.
핸드폰의 배터리 수명에만 한계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시간도 유한하기 때문이다.
어떤 음악을 듣고 살아갈 것인지, 삶의 플레이리스트를 구성하는 것도 나에게 달려있다.
하루 라는 틀, 한 달이라는 틀, 1년이라는 틀. 인간만 의식하면서 사는 시간의 개념적 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힘이 있다.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보고, 듣고, 만나고.
모든 선택에는 다 어떤 기준이 있다. 그것이 항상 나의 기준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세상의 여러가지 옵션과 수많은 정보바다에서 내가 취할 것은 무엇인지, 나만의 필터들을 갈고 닦는데 힘써야겠다.
필터가 너무 비좁으면 그만큼 내가 경험하는 세계는 작아지고, 필터가 너무 넓어도 혼란스러울 것이다.
필터는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자,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인지 결정해주는 도구이자 장치이다.
필터는 그때 그때 갈아줘야 한다. 청소도 해야하고. 그리고 여러 멘탈모델을 가진 사람이 보다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자신의 필터를 구성한다.
새로운 것이 없는 시대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각자에게 중요한 것들을 큐레이팅하며 매일을 살아간다.
내가 하는 모든 결정들, 내가 구입하는 물건들, 내가 가는 장소, 내 업을 통해 쌓은 포트폴리오, 내가 지난 세월동안 신어본 신발 등이 모이면 컬렉션이 되는 것이다.
나 자신을 큐레이터라고 생각하고 삶을 살아간다면 조금 더 자신만의 본질에 가까운 형태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러닝 플레이리스트 큐레이션부터 시작해봐야겠다.
6월엔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5월에는 조금 더 여러날을 뛰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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