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87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며 내 개인사를 아무리 말해 보아도 소용없다. 나는 결코 나를 하나의 충만한 객체로서 파악하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 속에서 바로 나 자신인 저 공허를 느낀다. 나는 나 자신이 즉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느낀다. 바로 그 때문에 어떠한 자아예찬도 진실로 불가능하다. 나는 나를 나 자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내 친구들은 그 빛나는 독창성으로 나를 눈부시게 했고, 나는 아무런 개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항상 슬퍼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타인은 이 훌륭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성격을 어렵지 않게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내 마음 한가운데에는 공허만 있다. 나에게 있어서 타인은 세계속에 있는 하나의 대상이고 하나의 충만성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는 그의 존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