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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은 혼자다 - 시몬 드 보부아르

detail_jy 2023. 5. 22.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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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hilip Charles Jacquet

p 87
<타인>

거울에 비친 나를 바라보며 내 개인사를 아무리 말해 보아도 소용없다. 나는 결코 나를 하나의 충만한 객체로서 파악하지 못한다. 나는 나 자신 속에서 바로 나 자신인 저 공허를 느낀다. 나는 나 자신이 즉자적으로 존재하지 않음을 느낀다. 바로 그 때문에 어떠한 자아예찬도 진실로 불가능하다. 나는 나를 나 자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내 친구들은 그 빛나는 독창성으로 나를 눈부시게 했고, 나는 아무런 개성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에 항상 슬퍼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타인은 이 훌륭하고 접근하기 어려운 성격을 어렵지 않게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내 마음 한가운데에는 공허만 있다. 나에게 있어서 타인은 세계속에 있는 하나의 대상이고 하나의 충만성이다. 아무것도 아닌 나는 그의 존재를 확고하게 믿는다. 그 타인은 대상과는 또 다른 존재이다. 왜냐면 타인은 끊임없이 지평선을 후퇴시키며 돌진하고 있는 무한한 초월성이기 때문이다. (중간생략) 그런데 만일 타인이 나의 행위들을 바라본다면, 나의 행위들 또한 그의 눈에는 무한히 크게 보이지 않을까? 

어린아이는 그림을 그리거나 글씨를 쓰고 나면 곧 부모에게 보이려고 뛰어간다. 그는 사탕이나 장난감만이 아니라 부모의 칭찬을 받고 싶어한다. 그림은 그것을 보는 하나의 눈을 요구한다. 즉 누군가에게 이 구불구불한 선들이 배도 되고 말도 되어야 한다. 그러면 기적이 일어난다. 아이는 색을 범벅으로 칠한 그 종이를 자랑스럽게 들여다본다. 그때부터 거기에는 진짜 배가 있고 진짜 말이 있게 된다. 만일 혼자였다면 이런 엉성한 선들에 감히 확신을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 또한 이처럼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들을 단단한 다이아몬드로 바꾸려하지는 않았던가. 

 때때로 우리는 타인의 도움 없이 우리의 존재를 완성하려 한다. 나는 들판을 걸어간다. 풀을 꺾고, 발로 돌을 차고, 언덕에 오른다. 이 모든 것을 아무런 증인 없이 한다. 그러나 누구라도 평생 이러한 고독에 만족할 수는 없다. 산책을 끝내자마자 나는 친구들에게 그 산책 이야기를 하고 싶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타인에게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걸까? 

 

 

Pablo Picasso,&nbsp; Femme assise près d&rsquo;une fenêtre (Marie-Thérèse), &nbsp;1932. PHOTO: COURTESY OF CHRIS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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