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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들/journal 38

3월의 메모 - 웨인티보 (Wayne Thiebaud) 그림을 보며 든 생각

웨인 티보는 미국의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사물과 풍경들을 과장된 색감과 음영으로 표현한 팝아트, 리얼리즘 미술로 분류되는 작가이다. 실제로 봤더라면 칙칙하거나 그다지 컬러풀하지 않을 수 있는 일상 사물에 웨인티보 특유의 밝고 생동감 넘치는 색감을 입혀 사물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어준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그림들이다. 웨인티보의 그림에 자주 등장했던 케익과 아이스크림 등은 대중적인 디저트로 어느 상점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사물이다. 당시엔 아무도 흔한 케익을 소재 삼아 그림을 그리지 않았지만 그의 눈에는 케익 그 자체가 이루는 형태가 예술처럼 느껴져서 그리기 시작했고, 그리면 그릴 수록 이제까지 못보고 지나쳤던 다양한 형태와 조형을 발견 할 수 있었다고 한다. 파스텔 핑크톤, 오렌지, 하늘색 등..

기록들/journal 2024.04.20

2024년 2분기를 시작하며

올해 1분기가 지나갔다. 1분기 동안 완독한 책이 딱 한 권 밖에 안된 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이었다. 독서가 일상속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은 경우 매일 조금씩 책을 읽을 시간을 내는 것도 까먹을 때가 많다. 하지만 하루에 책을 두페이지 정도는 읽을 시간은 누구나 찾을 수 있고, 의지의 여부 문제인 것 같다. 작년 말엔 그래도 안읽던 소설을 매일 카페에서 출근 전 조금씩 읽어서 한달 동안 완독했었다. 읽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몇 페이지만 보고 다시 책장에 꽂아두는 자기계발 서적이나 에세이 집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게 더 의미가 있는 소설을 더 읽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어릴 때부터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비슷한 맥락으로 영화나 드라마도 아..

기록들/journal 2024.04.02

두려움과 용기의 공존

두려움을 떨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다. 두려움을 없애는 것은 두려운 대상에 대한 생각을 피하거나, 그것을 마주할 일 없도록 아예 배제하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극복해내지 않은 두려움은 언제 어디서 또 다른 형태로 나에게 다가오는 것 같다. 따라서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은 스스로에게 두렵지 않다고 최면을 걸고 생각을 애써 바꾸려기보다는 두려워 하는 자신을 알아차리고 그 근본적인 원인을 바라보려고 해보는 것, 그리고 두려워하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수용하는 것이다. 없애려고 하기 보다는 그냥 항상 나타나는 것이며 내가 성장함에 따라 두려움의 목소리가 작아지거나 존재감이 낮아져 아무리 ’두려움‘이 나타나도 그것을 무시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것에 반응하여 해야할 일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

기록들/journal 2024.03.22

[yoga diaries] 머리서기 연습

요가를 접한 지 해수로는 꽤 오래 됐지만 머리서기는 제대로 도전해볼 기회가 없었다. 지난 목요일 수업에 이어서 이번주도 선생님이 각자 머리서기나 핀차(?)를 연습할 시간을 주셨다. 오전 수업에선 고난이도의 숙련자 분들이 별로 안계셔서 다들 벽에 기대어 연습할 수 있게 매트를 벽으로 가까이 대고 어깨를 받쳐줄 블럭을 양 옆에 세개씩 어깨 너비로 세웠다. 머리서기를 할 때는 목이나 어깨에 압력이 쏠리는 걸 방지 하기 위해 최대한 팔꿈치와 땅에 닿아있는 아래팔로 강하게 바닥을 밀어내고 목이 길어지고 귀가 어깨에서 멀어지도록 날개뼈를 아래로 의식적으로 내려서 중력에 저항하는 힘이 어느정도 되야 한다. 밑으로 한 없이 흐르는 중력을 위로 받쳐주는 힘을 기르게 도와주는 것이 다운도그와 돌핀 자세이다. 돌핀 자세도 ..

기록들/journal 2023.11.02

10월을 마무리하며

10월도 참 금방 갔다. 하지만 늘 습관적으로 한 달을 마무리 할 때마다 시간이 빨리갔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찌보면 실제로 10월을 경험하는 동안은 빨리간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다 지나고 압축된 시간이라고 생각되어 인식이 고착화된것일 수도 있겠다. 그래도 나름 여러 일도 있었고 나는 나름대로 열심히 내 일상 생활에 충실했다. 요즘은 생활이 안정되었다고 느끼고 평화롭다. 하지만 그 뜻은 내가 너무 안정만 추구하고 이 편안함에 익숙해져가고 있다는 뜻이기도하다. 원래도 성격이 예측 불가한 것을 싫어하고 통제하려는 게 있어서 쉽게 도전을 잘 하지 못하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겁도 많아지는 것 같다. 무엇이든 조화가 필요한 것 같다. 너무 편안해지니 또 지금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나 싶기도 했다. 아무도 내 방식..

기록들/journal 2023.10.30

[도자기 물레 배우기] 안정감을 찾는 과정

물레를 배우기 시작한지 벌써 한달 반. 월 4회 클래스를 등록 했는데 추석과 연휴 때문에 거의 2주에 한번 씩 가게 되어 3회차 까지도 중심 잡는 데 헤맸다. 물레를 할 때 팔의 위치나 힘을 어디에 줘야 하는지 계속 연습을 통해 감각을 길러야 하는데 너무 오랜만에 가다보니 갈 때마다 리셋 되는 듯 했다. 3회차 때는 그래도 중심을 어느정도 잡고 컵의 형태로 만들 수 있도록 핀칭을 해서 흙을 잡고 끌어올리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엄지 손가락을 깊숙히 넣고 구멍을 넓히면서 컵의 형태로 만드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중심은 계속 흔들리고 컵이 뒤틀리다 부러졌다. 처음이라서 당연한 과정이긴 했지만 연습할 시간이 많지 않은데 어느 세월에 실력을 키우나 하는 생각에 다시 손성형 클래스로 변경할 생각도 했다. 도자..

기록들/journal 2023.10.26

나만의 조화를 이루는 집

나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조화로운 배치와 관련된 것을 좋아한다.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내건, 그 조화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냈을 때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사진의 구도를 잡으며 가장 조화로운 각도와 순간을 잡았을 때, 적당한 크기의 화병에 적당한 양의 길이의 꽃들이 딱 알맞게 꽂아졌을 때, 그린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이 내 의도와 비슷할 때, 테이블 위의 큰 보울에 과일이 자연스럽게 올려져 있을 때, 어지러운 서랍에 질서를 부여 했을 때, 책장의 책들을 서로 비슷한 분야 또는 표지 디자인에 따라 보기 좋게 꽂아놓았을 때. 집에 걸리적 거리는 가구를 새롭게 배치하고 그로 인해 수납의 문제가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지저분해보이는 것들이 어느정도 해결 됐을 때. 조화는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일상의 자극에 대..

기록들/journal 2023.10.19

유한성이 주는 의미에 대해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그 외의 것들은 필터링한다. 눈은 뜨고 있지만 진짜 보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시각 정보는 뇌에 도달하지 않는다. 눈은 볼 수 있는 능력이 되지만 뇌가 정보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많은 것들을 놓치기도 한다. 근심걱정에 휩싸여 있어, 지하철 창가로 보이는 구름 뜬 하늘을 감상하지 못하고, 업무 스트레스에 치여 옆자리에 있는 사람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어도 인지하지 못한다. 이렇게 우리는 수많은 주변 정보들을 거의 놓치고 산다. 사실 당연한 것이다. 세상이 보여주는 모든 정보를 놓치지 않고 다 담아내고 그것을 인지하고 정보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까진 없다. 우리 주변에 항상 당연하게 있는 사물들이나 환경은 주의깊게 들여다 보기..

기록들/journal 2023.09.28

시간을 채우는 방법들.

해가 부쩍 짧아졌다. 저녁 날씨는 꽤 쌀쌀해져 반팔만 입으면 서늘한 기운에 몸이 약간 움츠러든다. 이 계절이 오면 마음도 함께 조금은 쌀랑해진다. 1년은 정말 빠르구나, 올해 내가 한 일들은 점점 작아지고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이 더 많이 생각나며 마음이 조금 불안해져온다. 시간은 내가 뭘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간다. 내가 계획한 일이건, 계획하지 않은 일이건 내 사소한 결정과 발걸음에 이끌려 나의 시간이 채워지고 때가 되면 함께 지나간다. 어떤 일들과 생각으로 시간을 채울지 너무 전전긍긍하면 정작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는다. 무엇이든 좋으니 흠뻑 빠지고 집중하면 그렇게 보낸 시간은 나에게 결국 돌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집중하지 못하며 불안한 생각, 자책하는 생각들은 언젠가는..

기록들/journal 2023.09.26

물레 도자기 클래스 첫날 소감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20년 초 새해부터 시작할 취미로 도자기 손성형을 입문했었다. 도자기 만들기가 sns 상에서 많이 보여서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결과물이 뚜렷한 형체로 나와 실제 사용까지 할 수 있다는 도자기를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손 성형으로 꽃병부터 머그잔(이상하게 다른건 멀쩡한데 꼭 머그만 만들면 금이 가 사용을 못했다), 작은 항아리, 납작한 형태의 접시들을 많이 만들었다. 손 맛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그릇들은 만들기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재미 있었다. 근데 도전을 두려워하는 성향 탓에 만들기 쉬운 것만 계속 만들고 유약바르기까지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빋았더니 도자기를 만드는 실력이 향상될 여지가 없었고 실험 정신이 생기지 않았다. 1년 이상 하고 나서는 내가 만들 수 있는 도자..

기록들/journal 2023.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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