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들/journal

2024년 2분기를 시작하며

detail_jy 2024. 4. 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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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분기가 지나갔다. 1분기 동안 완독한 책이 딱 한 권 밖에 안된 다는 사실이 새삼 충격이었다. 독서가 일상속 습관으로 자리 잡지 않은 경우 매일 조금씩 책을 읽을 시간을 내는 것도 까먹을 때가 많다.

하지만 하루에 책을 두페이지 정도는 읽을 시간은 누구나 찾을 수 있고, 의지의 여부 문제인 것 같다. 작년 말엔 그래도 안읽던 소설을 매일 카페에서 출근 전 조금씩 읽어서 한달 동안 완독했었다. 읽는 속도가 느리더라도 몇 페이지만 보고 다시 책장에 꽂아두는 자기계발 서적이나 에세이 집 뿐만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는 게 더 의미가 있는 소설을 더 읽는 습관을 들이고자 한다.



어릴 때부터 소설은 거의 읽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세계에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비슷한 맥락으로 영화나 드라마도 아주 어릴때보던 디즈니나 하이틴 영화 빼고는 성인이 되서는 그렇게 즐겨 보지 않았던 것 같다. 타인에게도 별 관심이 없는 나의 개인주의적 성향도 내가 영화나 소설책을 즐겨 소비하지 않는 것과 연결된 것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 30대 중반을 바라보는 나이에 어느덧 삶이 너무 상막하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었다. 나는 굉장히 목표주의적으로 세월을 보내왔고, 내가 의도한 상태나 결과가 이루어지기 위한 것이 아니면 관심이 쏠리지 않았다. 영화나 책에도 집중을 잘 못한 것이 그게 당장 나에게 어떤 유익함을 주는지 명쾌하게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효율을 따지고, 확실히 기대되는 결과가 있는 것에만 시간을 선택적으로 쓰는 방향으로 지내왔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효율을 따지면서 보낸 시간들은 내 안에서 단단하게 자리잡아 미래의 나를 지탱해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뭔가 빠르게 얻기를 기대하고 하는 모든 것들은 단지 눈에 보이는 결과를 위한 것들이지,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주고 내 무의식속에 남아 나의 행동과 선택들을 돕는 자원이 되지는 못했다.



최근 완독한 책은 읽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 것도 아니고, 하루 이틀 날잡아서 집중도 있게 읽고 끝낸 책이었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다 읽었는데, 워낙 유명한 고전이라 옛날부터 구매해놓고 언젠가 읽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책이었다. 유명한 구절들에만 밑줄 쳐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책 한권을 일주일도 안되는 시간에 다 읽었다는 것은 시간이 없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 주었다.

결국 확실하게 마음먹고 의도를 갖고 무언가 시도할 때 어떤 것이든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보게 되었다. 책 한권 다 읽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떤 사람들에게는 늘 미뤄두었던, 시간을 내고 싶지만 다른 급하다고 생각한 일들에 치여서 언젠간 해야하는 숙제로 느끼는 사람들도 있다.

뭔가 하고 싶은 의욕은 많은데, 책 한권도 집중해서 끝내지 못한다면 어떤 더 큰 일을 결단력 있게 헤쳐나갈 수 있나 싶었다.

제대로 된 결심은 행동을 야기한다. 그래서 난 어떻게 보면 이제까지 확고한 결심이 필요할 때마다 두려움 때문에 결심을 습관적으로 미룬 것 같다. 늘 나중에, 나중에.
그 결심의 대과와 포기해야하는 것들을 인정하기 싫었고 계속 무한한 잠재력을 상상할 수 있는 기분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나의 한계, 하나밖에 없는 삶이란 허무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것이다. 현실 세상에서는 실제 일들을 해내기 위해 수행해야하고. 마땅히 지나야 하는 것들이 있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예술가가 가져야할 태도라고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

한계를 설정해야 무엇인가 해낼 수 있고 완성할 수 있다. 끝없는 탐구를 하는 것은 결코 일을 끝내는 방향으로 진척시킬 수 없다.

어는 순간엔 내 자신에게 잠깐 동안이라도 범위를 생각했던것보다 작게 설정해 구체적인 무언가에 몰두할 수 있어야 한다.
그과정에서 마주해야하는 현실들에 굴복하지 않으며 완성의 방향으로 묵묵히 가는 것이다. 급하게 갈 필요도 없고 내 속도에 맞추면 된다. 그러다 보면 걸림돌도 넘고, 시작할 땐 보이지 않던 길도 생기고, 나의 의도가 세상에 물리적인 형태로 조금씩 자리 잡아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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