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들/journal

나만의 조화를 이루는 집

detail_jy 2023. 10. 19.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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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조화로운 배치와 관련된 것을 좋아한다.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내건, 그 조화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냈을 때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사진의 구도를 잡으며 가장 조화로운 각도와 순간을 잡았을 때, 적당한 크기의 화병에 적당한 양의 길이의 꽃들이 딱 알맞게 꽂아졌을 때, 그린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이 내 의도와 비슷할 때, 테이블 위의 큰 보울에 과일이 자연스럽게 올려져 있을 때, 어지러운 서랍에 질서를 부여 했을 때,

책장의 책들을 서로 비슷한 분야 또는 표지 디자인에 따라 보기 좋게 꽂아놓았을 때.

집에 걸리적 거리는 가구를 새롭게 배치하고 그로 인해 수납의 문제가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지저분해보이는 것들이 어느정도 해결 됐을 때.

조화는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일상의 자극에 대해 조금은 덜 불안하게 만들어준다.

마치 정돈되어 자신의 빛을 되찾은 물건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 같다.

나는 새 물건 보단 손 떼가 탄,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가지고 있는 물건들을 좋아한다. 오래 사용한 좋은 물건은 쓸수록 질리지 않고 주변의 변화, 내 인식의 변화에 따라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움을 발견하게 하고 매력을 발산한다.

완전히 새 것에서는 그런 것들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그리고 한가지의 용도만 있는 물건 보다는 쓰는 사람에 의해 이렇게도 써보고 저런 용도로도 쓸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진 물건을 좋아한다. 한가지 닫힌 용도로만 쓰이는 물건들은 제 역할을 다했을 때 쉽게 버려진다. 환경에도 좋지 않다. 1회용 물건들을 웬만하면 사용하지 않고 싶은 이유 중 하나다.

부끄럽지만 이런 나도 편의상 다이소에 안 가기란 어렵다. 하지만 청소포나 손세정제 같은 소모품이 아닌 매일 보고 만지면서 생활에 쓰는 물건들은 왠만하면 사지 않으려 한다.
그 물건을 봤을 때 집에 두고 보기 좋거나 마음이 설레지 않는다면 사지 않는다라는 생각을 염두에 두는 편이다.
사실 방에서 쓰는 의자에 방석이 필요한 상황인데 다이소에서 적당한 오천원짜리 방석을 살까하다 말았다. 6개월도 안되서 헤질 것 같은 속옷보다도 얇은 천이 씌워진 폼 방석이었다. 저렴하단 이유로 집에 성에 차지 않는 물건을 가져다 놓는 것은 집에 공간을 차지하고 감각을 둔하게 만든다.

꼭 비싼 브랜드를 사야 성에 차는 것도 아니고 오래 쓸 수 있는 충분한 품질과 집의 나머지 소품 그리고 공간과 나에게 조화로움을 가져다주는지가 물건 선정의 기준이다. 아직 뾰족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차차 나의 취향을 더 정교하고 다듬어 내 몸과 영혼의 최고의 안식처를 만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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