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들/journal

물레 도자기 클래스 첫날 소감

detail_jy 2023. 9. 9.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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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20년 초 새해부터 시작할 취미로 도자기 손성형을 입문했었다.
도자기 만들기가 sns 상에서 많이 보여서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결과물이 뚜렷한 형체로 나와 실제 사용까지 할 수 있다는 도자기를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손 성형으로 꽃병부터 머그잔(이상하게 다른건 멀쩡한데 꼭 머그만 만들면 금이 가 사용을 못했다), 작은 항아리, 납작한 형태의 접시들을 많이 만들었다.

손 맛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그릇들은 만들기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재미 있었다. 근데 도전을 두려워하는 성향 탓에 만들기 쉬운 것만 계속 만들고 유약바르기까지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빋았더니 도자기를 만드는 실력이 향상될 여지가 없었고 실험 정신이 생기지 않았다. 1년 이상 하고 나서는 내가 만들 수 있는 도자기의 스펙트럼이 너무 작다는 것을 깨닫고 단순 시간을 떼우는 취미로는 호흡이 길어 잠시 도자기 공방에 가는 것을 멈추었었다.

마침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거의 2년 만에 흙을 다시 만진 거다.

이번엔 손 성형보단 물레에 도전을 해보고 싶었다. 물론 손성형으로도 발전할 여지가 엄청 많지만 물레를 돌려봐야 도자기 제대로 배워봤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 나만의 기준이 있었다.

공방 선생님은 물레를 한다니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거라고, 어려운 운동 배우는 것처럼 진입 장벽이 꽤 높고 배우는데 시간이 오래 걸려 쉽게 지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하도 구워진게 망가지거나 뜻대로 안되면 징징 대서 더 그렇게 말씀하신 걸 수도 있다. 할거면 어려울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시작했으면 좋겠다고 하신 거다.

그래서 솔직히 며칠 시작할지 말지 멈칫하게 됬지만
계속 회사만 다니는 지루한 일상에서 내 손으로 뭔가 만들고 쓸모 없지만 내 마음이 기뻐하는 액티비티를 간절히 하고 싶었다. 주얼리에도 관심이 생겨 금속공예 공방도 알아봤지만 선뜻 내키진 않았다.. (주얼리는 돈벌어서 사는 걸로...)

그림을 가끔 집에서 그리긴 하지만 좀 더 체계있게 아무 생각 없이 수련하는 느낌의 활동이 필요했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지만 은근 뭘 그릴지 모르겠을 때 스트레스다. 창작은 일단 놀이로 접근 해야하는데 이상하게 그림그릴 때 너무 힘을 주게 된다. 그렇다고 그림을 놓고 싶은 건 아니다. 좀 더 놀이로 접근 하되 스스로 고민하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더 많이 많이 연습을 하면서 깨닫고 배워야 한다..

물레 시작 전 작업 환경 세팅은 이렇다!

미리 반죽해두신 흙을 원뿔 형태로 손으로 쳐서 대략 저런 모양으로 만들고 원형 받침대의 정 중앙에 올려놓으면 준비 끝

이후부터는 사진를 못찍었는데 이제 반죽을 계속 양 손으로 힘차게 밀며 반죽의 형태와 흙의 질감을 균일하게 잡아주는 연습을 내내 했다.

위로 길어진 반죽을 또 눌러서 다시 통통한 원뿔 반죽으로 만들어주고 또 다시 들어올려주고. 그 와중에 형태는 계속 중앙으로 모아져 좌우 대칭을 유지해야 한다.

생각보다 엄청 많은 힘이 들어갔다. 손목이 약간 아프기도 하고.. 실제 손목이나 팔 인대 늘어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ㅠ윽 몸 상해가면서 까지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근데 불현듯 도자기를 만지며 요가 동작을 할때 힘을 어떻게 줘야 하는지가 생각이 났다.

요가를 할때 특히 손을 바닥에 대고 몸을 들어 올리거나 중력이 거꾸로 가는 자세를 할때 손바닥으로 세게 밀어서 몸을 들어 올리고 절대 손목의 힘이나 지면에 닿는 손 머리 그 자체에 모든 무게를 실지 않고 오히려 등 근육을 더 쓰거나 코어 힘으로 에너지를 중앙부로 모아 손이나 팔목에 전체 힘이 쏠리지 않게 하는 것이다.

무릎을 대는 자세도 허벅지 힘과 코어를 단단 하게 하면 무릎에 별로 무리가 가지 않고 오래 버티기가 수월하다.

그래서 도자기도 그렇게 비슷하게 힘을 쓰면 좀 덜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신기하게도 손에만 주던 힘을 좀 풀고 윗팔과 등을 곧게 피고 코어에도 힘을 주니 반죽이 훨씬 더 중심이 잘 잡히고 좀 감을 알 것 같았다.
아직 갈길이 멀었지만 요가를 한 것이 물레 배우기에 도움이 될 줄이야!
역시 우리 몸은 전체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

처음에 도자기 배울 때 처럼 너무 큰 욕심 내지 않고 조급해 하지 않고 그냥 물레 성형의 감각을 많이 느끼고 일주일 동안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 해야지. 천천히, 제대로 기초부터 잘 배워보자.


이건 선생님의 시범. 이 단계까지 혼자 가능하게 되려면 한달은 족히 걸리겠다.

아무튼 힘들었지만 처음 해봐서 신기하고 독특한 경험이었다.


언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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