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 요가원에서 출근 전 요가를 시작한지 한달이 지나 6주차가 됬다.
매주 3회를 가는 편인데 처음엔 일어날 자신이 없었지만 한달이 되니 습관이 되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한결 쉬워졌다.
우리 집은 아침을 먹는 집이라 항상 출근할 때마다 빵, 커피, 과일, 달걀정도는 먹는 편이었는데 요가를 하면서부터 아침을 먹지 않게 되니 요가를 가지 않는 날도 아침을 라이트하게만 먹고 출근을 좀 더 일찍 하게 된다.
아침을 먹는 직장인 보다는 안먹는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봤지만 늘 먹다 아침을 먹지 않으니 처음엔 배가 많이 고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아침을 먹지 않아도 약간 그 허기진 느낌을 즐기게 됬다.
아침을 먹지 않으니 시간도 아끼고 점심을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물론 아침마다 아빠가 내려주신 드립커피를 덜 마시게 되는 건 아쉽지만 말이다.
아무튼 모닝 요가의 수업 강도가 힐링 요가 / 기초 수준일 것 같았던 내 예상과 달리 적당히 땀이 좀 날 정도의 중간 강도보다는 살짝 낮은 정도라, 약간 너무 쉬워 긴장이 전혀 안되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 악물고 부들부들몸이 떨리는 정도와는 거리가 먼 느낌?
모닝 요가는 내 하루를 지켜주는 일상의 활력소가 되주고 있다. 요가를 한 날과 하지 않은 날의 에너지 수준에 확실히 차이가 느껴진다.
요일 별로 진행되는 수업 타입이 다른데 목요일마다 하는 빈야사 수업에서는 선생님이 아로마 룸스프레이도 뿌려주시고 인센스도 가끔 피워주시며 사바아사나가 끝날 때는 싱잉볼로 비몽사몽해진 의식을 다시 깨워주신다.
요가는 원래 너무 센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수련하는 것보다는 적당한 실온에서 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있지만
한 여름엔 에어컨 없이 수련은 집중에 방해가 된다.
근데 목요일 요가 반은 수련이 반 이상 지날 때까지도 선생님이 에어컨을 잘 틀어주시지 않아 한창 더운 날에는 땀이 너무 났다.
바로 집으로 가면 상관 없는데 샤워실도 없는데다 난 바로 출근까지 해야하니, 아침에 곱게 바른 자외선차단제도 다 지워지는 느낌이 들어 에어컨을 좀 켜주시면 안되냐는 말이 수련중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방해가 될까봐 말았다.
사실 선생님마다 스타일이 있고 뭔가 항의할만한 것이 아니라면 굳이 나서서 요구하고 싶지가 않았다.
에어컨 없는 요가 수업이 힘들면 내가 다른 요일 수업을 참석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번주는 그래서 목요일 수업은 안가려 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일정상 목요일에 가야만 해서 또 목요일에 왔다.
수업시작전 에어컨을 수련 중에도 계속 켜주시면 안되겠냐고 물어보려다 그냥 얘기 안했다.
땀이 날 정도로 힘들면 그냥 그런대로, 화장이 좀 지워지거나 잔머리가 좀 떡이 지워져도 그냥 그런대로 냅두기로 했다.
그렇게 마인드셋을 바꾸니 수련 중 땀이 조금 나도 그렇게 불편하지 않았고, 날씨도 거의 초가을처럼 많이 덥진 않아서 딱 좋았다.
나는 그동안은 사소한 부분에까지 좋다/싫다 라는 내 의견과 판단을 씌우고 내 마음에 좀 안드는 부분을 꼭 바꿔야 마음이 편해졌던 것 같다.
그냥 았는 그대로도 그럴수 있구나가 아니라 내 기준에 맞지 않으면 이 상황이 부정적인 것으로 느껴졌다.
그러다보니 어쩔 때는 모든게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 같고
불평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세상은 나와 상관 없이 그냥 제 갈길을 가고 돌아가고 있는 것일 뿐인데.
요가를 하면서 느낀 것이긴 하지만 삶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상황과 사람들에게도 마찬가지로 그냥 그런대로 존재하는 것에 나에게 피해가 오는게 아니라면 불평을 느끼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긍정적인 면을 의식적으로 발견해보려고 노력을 해보고 그래도 나와 맞지 않으면 정면으로 마주하여 변화를 시도 하거나 내가 피해 다른 길로 가는 것이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나 혼자만 느끼는 불평은 상황을 변화 시키지 못하니까.
모든 것을 내 위주로 바꾸려는 시도는 어떤 분야에선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때로는, 사소한 것들은 내 기대치와 다를지라도 그냥 쿨하게 넘어가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면 내 정신을 좀 더 집중할 만한 것에 두고 더 가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오늘 때마침 명상앱인 Headspace에서 보내준 푸시알림의 메시지는 공교롭게도 아래와 같았다.
When we surrender to what is, we're no longer held captive by how we wish things were.
어떤 것이 존재하는 그 자체에 항복할때 (그 자체를 수용할 때) 우리는 그 것이 우리가 원하는 모습이어야만 한다는 주관적 바램으로부터 자유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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