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들/다녀간 장소

도널드 저드, 요셉 보이스 전시, 아스티에드빌라트 매장 구경

detail_jy 2023. 11. 3.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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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요가까지 하고 출근했는데
왠지 모를 우울감이 몰려왔다.

일이 조금 느슨해진 것도 있고 벌써 권태기에 빠진 것 같다. 나름 마인드 컨트롤하는 시간도 많이 갖고 그러는데. 이건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인인 것 같다. 아무래도.

집중도 안되고 앉아 있는게 너무 힘들어
그냥 반차를 쓰고 사무실을 뛰쳐나왔다.

컴퓨터 화면을 멍하게 보는게 아니라 나와서 유난히 따듯한 11월 초의 날씨를 느끼고 햇빛을 받으며 집 쪽으로 걸었다. 휘몰아치는 우울감이 금세 조금씩 증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집에 잠시 들렀다가 곧바로 한남동으로 향했다.
도널드 저드 전시가 이번주에 끝난다는 소식을 접하고 안그래도 주말에 갈까 고민하고 있었던 차이다.

오랜만에 대사관로(?) 쪽 옛날 디뮤지엄이 있던 곳을 향해 쭉 걸었다. 은행잎 카페트가 쫙 깔려 있어서 걷는 것이 참 좋았다.

최근 도널드 저드에 대해 생각하게 된 계기는 피크닉에서 봤던 프랑수아 알라르 사진전을 통해 접한 텍사스 마르파(Marfa)에 위치한 도널드 저드의 작업실이자 갤러리 사진이 왠지 모르게 인상 깊었었다.

도널드 저드 하면 깔끔하게 딱 떨어지는 미니멀한 가구가 떠올랐었는데 그의 세계관이 문득 궁금해졌다. 그는 전통적으로 갤러리나 전시회에서 미술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을 만족스러워하지 않아 자신의 작품 만큼은 자신 스스로가 공간과 배치 방법을 정하고자 했다. 작품을 감싸거나 작품 안에 담기는 빈 공간 마저도 도널드 저드에겐 작품의 일부였기 때문이다. 작품 활동을 하며 미술 비평도 활발히 한 도널드 저드의 예술관이 궁금했고 지금은 이해하기 힘들지만 미술에 대해 좀 더 많이 보고 느끼다 보면 이해하겠지 하는 심정으로 도널드 저드의 글 모음집도 구매해놨었다.

실제로 본 도널드 저드의 3차원 오브젝트 작품들은 무언가를 말하고 있지만 아직 내가 그 언어를 이해하기엔 조금 이른 듯하다.

도널드 저드는 딱히 무엇을 표현하려 하지 않고 재현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해석을 하고 싶다면 열린 해석으로 자유롭게 각자 작품을 이해하기만 하면 그만인 것 같다.

딱딱한 상자를 누르고 앉아 있는 커다란 뚫린 쇠파이프가 있는 오브제는 용도에 따라 가구로 사용될 수도, 사용되지 않을 수도 있어 보인다. 나무 판떼기 안에 공간이 분명 있지만 열려 있지 않고 오직 쇠파이브의 뚫린 공간을 통해서만 상자의 비어있음을 유추해볼수 있지만 중간을 가로지르는 건 아니기 때문애 그 또한 확정적이지 않다.


한지로 만든 작품들도 있었다.


요셉 보이스의 작품은 연필과 수채화로 스케치 하듯 그린 그림이 많았다.
전시명인 ‘순간의 축적’처럼 깊은 생각이 아니라 순간 순간 느껴지는 감각을 손에 잡히는 쉬운 재료로 기록한 스케치북 페이지를 보는 것 같았다. 연필이든 수채화든, 거리의 나뭇잎이든 현재 그 순간을 포착한 것.

이 작품은 도널드 저드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있던 오브제다.

사실 이 전시는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갤러리의 딱딱하고 정적인 분위기가 나는 개인적으로 별로다. 예술은 영혼을 자유롭게 해주고 창의력을 발휘하게 해주는 것인데 이 갤러리는 관람객이 들어오자마자 작품에 조금이라도 다가갈까봐 노파심이 드는 지 작품을 거리를 두고 관람해달라고 하는 말 뿐이었다. 절간 처럼 조용한 공간에서 100명의 경호원 앞에서 전시를 봐야 하는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심각할 필요 있을까?

전시를 봤는데도 뭔가 마음이 채워진 느낌이 들지 않아
한남 오거리 쪽에서 한강진쪽으로 걸었다

해가 질 무렵이었다.

아스티에드빌라트에 오랜만에 들러서 눈 호강 좀 더 하다 가기로 했다.


여전히 멋스러운 공간.
앤틱 가구 요즘 왜이렇게 예뻐보이지.
맥시멀리즘도 참 좋다.

도자기만 구경하려고 했는데 이게 웬걸! 4층 갤러리에서 진행중인 전시가 있었다.

포스터 느낌 넘 맘에 들고요
휴고 기네스라는 작가인데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고 생각했지만

작품을 몇점 보다보니 핀터레스트에서 봤던 작가의 그림이었다. 정확히는 판화 그림!

이 작가의 판화 작품을 보고 갑자기 판화도 해보고 싶어서
판화 재료를 사다가 시도해본 적도 있었다.

판화도 정말 매력 있다. 네거티브외 포지티브 스페이스를 잘 이용해 조화롭게 사물의 실루엣을 만드는게 중요해보인다.

꽃 판화 너무 예뻐서 나도 판화 다시 도전 해볼까하는 생각도 했다. (예쁜 거 보면 나는 갖고 싶다가 아니라 나도 만들고 싶다 라는 생각이 더 강렬하게 든다).

너무 아름답다.

책구경까지 하고 아스티에빌라트에서 새로 나온 향수 시향 하고 나왔다!

향수 르 디유 향이 오모하니 맘에 들었다
담에 돈 모아서 사러 와야지

도널드저드 전시 보러왔다가 생각지도 않게 아스티에드빌라트에서 완전 힐링하고 왔다.

덕분에 마음이 회사에 있을 때 보단 채워졌다.

이런 나들이는 꼭 짬내서 일주일에 한번씩은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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