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sO9jZxIbxyM?si=Rd7NrbOA-fc5suVf
유튜브 채널 ‘세바시 인생질문’에 출연한 베스트셀러 ‘빛이 이끄는 곳으로’의 저자인 백희성 건축가님의 인터뷰를 보고나서 다시한번 기록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되었다. 건축이라는 업 자체에 대한 로망이 예전부터 컸었는데, 백희성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어느업계나 매너리즘에 빠질 수도 있고 온전히 혼자하는 일이 아닌 이상 창작 욕구를 온전히 발휘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답답한 부분들이 많다는 것에 공감이 되었다. 세계적인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큰 프로젝트들에 참여하며 뿌듯한 순간도 많았지만 높은 업무강도, 매너리즘이 생겨 건축이 나와 맞지 않나? 다른 일을 찾아야하나 하는 고민까지 하셨엇다고 한다.
아무리 멋있어 보이는 일도 내 입맛에 완벽히 맞는 직업이란 없고, 결국 마음가짐이 참 중요함을 다시한번 느꼈다.
백희성작가님도 이제와서 직업을 바꾸기보단 내가 하고 싶은 건축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스스로 찾으셨다고 한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파리에서 독립을 선언하는 과감한 용기의 배경엔 꾸준한 기록을 통한 자기 자신에 대한 이해가 있었다.
이 영상을 보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기록할 것들이 풍성하게 생기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 나와 다른 세상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는 것 등 외부와 적극적인 접촉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세상 그리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소재도 없고, 지식을 쌓기도 어렵다. 나의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떤 출발점이 있어야하고 보통 그 출발점은 나의 환경이되었든, 관심사가 되었든 나 자신 밖에 있는 요소들이 대부분이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라는 소설의 소재가 된것도 작가님이 파리의 고택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수집하고 기록을 모은 것에서부터 탄생했다.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호기심이 없었다면 이야기를 모을 수도 없었고, 책으로 엮이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타인을 알아감을 통해 나 자신의 모습도 발견하고, 생각이 변하기도 한다. 건축가님은 파리 고택 이야기들을 기록하기 전엔 건축에서 중요한 것들은 편리성, 기능성, 그리고 무조건 자본이 많이 결집된 것이 좋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 파리에서 오래된 집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으고나서 보니, 자신이 추구하는 건축은 단순히 물리적인 공간 그 자체라기 보단 사람들의 기억을 담을 수 있는 건축, 이야기가 있는 건축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는 일에도 없던 의미를 부여할 수가 있고, 일의 퀄리티가 달라질 수 있다. 자신을 더 알아가기 위해선 외부 세상과 더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정말 ‘살면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 새로 배운 것들, 감동받은 것들, 순간순간의 감정들을 전부 기록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생한 나 자신의 기록은 진짜 ’나‘이다.
지금 느끼는 가짜일 수 있는 감정이나 잠깐의 화나 착각 등을 기준으로 바로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행동하고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기록 속 진짜 나 자신을 쭉 살펴보고 지금 느끼는 나 대신 기록속의 나에게 질문하며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물어보는 것은 인생을 바꿔줄 수도 있는 것이다.
나도 가끔 내가 쓴 일기를 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다고?
아니면 글을 꽤 잘 썼는데? 라거나, 화난 감정이 고스란히 느껴질 때가 있고,
별것 아닌걸로 왜이렇게 고민하고 걱정했을까 라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나에게 정말 와닿았던 내용은 건축가님은 어떤 일을 시작하기에 앞서 거창한 결과를 예상하기보다는 이 일을 해야하는 이유와 목적을 고민해서, 할만한 이유가 충분히 있다면 결과를 생각하지 않고 덤벼드는 편이라고 하셨다.
보통 새로운 것을 시도할 때 ‘도전’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면서 성공한 내 자신,
무언가 대단한 것을 만든 내 자신을 상상하고, 되고 싶은 타인의 사례들을 많이 보게 된다.
하지만 시작하는 단계에서 그런 거창한 생각들은 부담이 되고, 시작을 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건축가님도 설계를 할 때 걸작을 만들거야 라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하고, 책을 쓰기로 했을 때도 처음부터 베스트셀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으면 시작도 못했을 거라고 하셨다. 그보단 내가 이것을 하지 않아도 행복할까? 이걸 내가 왜 해야할까 라고 시작에 앞서 고민을 많이 하신다고 한다. 하지만 결과보단 의도, 목적, 방향성이 클리어하다면 시작하는 게 현명한 것 같다.
나의 경우, 이것저것 시작은 많이 했는데 대부분 뚜렷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왜 그런지 어렴풋이 알았지만 이 영상을 통해 확실히 알게 됬다. 나는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너무 큰 결과를 상상하는 성향이라, 지금 해야하는 작은 것에 집중을 하지 못한다.
거창한 결과물이 머릿속에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많아 현재 나의 부족함을 받아들이기 어렵고, 목적의식은 뚜렷하지 않으니 금방 포기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가 상상하는 멋진것, 이상적인 것이 아니면 안할래 라는 마인드가 있었던 것 같다. 나만의 과정이라는 것이 있는데, 늘 다른 사람들의 방법과 수단을 쫓았고, 스스로 성장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도 일기장이 없으면 안될 정도로 매일 뭔가 끄적이고 내 생각이나 할일 목록등을 적는 편이긴 했다. 거의 10년 가까이 모은 수첩과 스케치북만 수두룩하다.
가끔 방 정리를 하다가 마주치게 되는 오래된 노트들을 보다보면, 읽어볼 엄두가 나진 않는다.
노트북에는 정말 많은 꿈들, 하고 싶은 일, 내가 꿈꾸는 이상들에 대해 적어놓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내가 그리던 이미지들과 전혀 가깝지는 않다. 원하는 것들은 있었지만 그런 것들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행동에 나서진 않았고 많은 순간들에 나는 두려움과 망설임으로 인해 기꺼이 불분명한 미래에 발을 내딛기보단 안전한 길, 무엇을 해야할지 정해져있는 길로 갔었다.
나를 좀 더 알아가고 바꾸고 싶은 점은 과감히 바꾸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백희성 작가님처럼 내가 쓴 기록들을 정기적으로 돌아보고 과거의 나, 나의 감정들, 나의 생각들, 진짜 나를 마주하고 지금의 나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을 귀기울여 들어야겠다.
미래의 내가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돕는 수단으로 일기를 활용하고, 기간을 정해두고 꾸준히 다시 읽어봐야겠다.
이젠 나를 알아가는 시간들을 절대 소홀히 하고 싶지 않다.
내 안에 있는 작은 목소리들을 무시하고 덮어버릴 때마다 더 깊숙히 들어가서 나중엔 정말 꺼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빛이 이끄는 곳으로’ 소설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정말 기대된다. 올해가 가기 전 꼭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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