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코미디언이자 배우인 제리 세인필드가 한 말을 어제 인스타 릴스로 접하게 되었다.
"인생의 비밀은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다"
요즘 현대인들에게 시간이 '낭비'된다고 느껴지게 하는 모든 것들은 기피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어쩔수 없이 해야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할 때 시간이 낭비된다고 생각되고, 아무런 의미 없이 그냥 버려지는 시간들은 정말 아깝다.
하지만 내가 재미있게 느끼고 좋아하는 일을 할 땐 아무리 그것을 하느라 시간을 많이 보냈어도 낭비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제한된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는것은 좋지만 항상 매 시간을 효율적으로, 경제적 가치가 있는 곳에만 활용할 수는 없다. 우리는 기계가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늘 합리적이고 이성적이지만은 않기에. 때로는 불필요한 것 같고, 불편하고, 반갑지 않은 감정들이 찾아와 내 시간을 차지 할 때도 있다. 내 감정들을 받아들이고 소화하는 시간들도 필요하고, 나중에 내가 경험할 일들의 밑거름이 되주는 것 같다.
나도 예전엔 시간을 쓰는 방식에 대한 강박관념이 있었다 .하루를 어떻게 하면 알차게 보낼까, 누구보다 더 부지런히 어딜 다니고 뭘 해야겠다 라는생각에 조급함도 있었고, 다음에 할 것, 다음에 갈 곳을 생각하느라 현재에 온전히 머무르지 못했던 적도 많다.
어떻게 보면 우린 계속 살아 있는 한 계속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낭비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내가 의미를 느끼는 것에 더 많은 시간을 쓴다면 그 시간들이 쌓여 구체적인 무언가로 발전하고 그것이 지금의 나보다 더 앞서서 미래 시점에 나를 반겨줄 것 같다.
저금하듯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이 미래의 나를 위해 축적되는 적금이라고 생각하면, 내 시간을 어떤 방향으로 쓸 것인지, 무한한 '할 일'의 목록 중 무엇으로 시간을 낭비해야하는지 좁혀나갈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도 더 해야할일은 늘어날 것이고, 하고 싶은 것은 더 많아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그때마다 체크리스트를 해치우듯 시간을 알차게만 쓰고, 성취 그 자체에만 초점을 두고 실제로 보낸 시간의 질보다 양을 중시한다면 나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나는 내가 해야할 것, 궁극적으로 미래에 내 삶에 나타나주길 원하는 1-2가지에만 많은 시간을 집중하고, 그 외 시간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는 것을 하며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그저 느끼고, 경험하고 싶다.
내가 시간을 쓰고 싶은 방식은 누구도 제시해줄 수 없다. 무엇보다 결과 보다는 시간이 흐르며 경험하는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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