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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글 155

시간을 채우는 방법들.

해가 부쩍 짧아졌다. 저녁 날씨는 꽤 쌀쌀해져 반팔만 입으면 서늘한 기운에 몸이 약간 움츠러든다. 이 계절이 오면 마음도 함께 조금은 쌀랑해진다. 1년은 정말 빠르구나, 올해 내가 한 일들은 점점 작아지고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이 더 많이 생각나며 마음이 조금 불안해져온다. 시간은 내가 뭘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간다. 내가 계획한 일이건, 계획하지 않은 일이건 내 사소한 결정과 발걸음에 이끌려 나의 시간이 채워지고 때가 되면 함께 지나간다. 어떤 일들과 생각으로 시간을 채울지 너무 전전긍긍하면 정작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는다. 무엇이든 좋으니 흠뻑 빠지고 집중하면 그렇게 보낸 시간은 나에게 결국 돌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집중하지 못하며 불안한 생각, 자책하는 생각들은 언젠가는..

archive/write 2023.09.26

예올북촌가에서 백자와 화각 공예 전시, 북촌 한옥마을 구경

최근 유튜브에서 북촌한옥마을에 다 쓰러져가는 한옥을 매입하여 새롭게 리모데링해서 사는 분의 집을 보고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한옥을 새로 고쳐서 산다는 것은 정말 거대한 프로젝트지만 길게 인생을 봤을 때 분명 후회보단 뿌듯함과 그렇게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할만한 일인것 같다. 마음먹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느날엔가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게 원하진 않는다는 것. 나도 그 영상을 보고 한국에 계속 쭉 산다면 한옥을 고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공간의 생명력이 없는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일반 아파트에 사느니 조금 더 고생스럽더라도 구석구석 모든 디테일에 내 손이 들어가고 내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집, 그것..

art 2023.09.17

안드레 페노백(Endre Penovac)의 개와 고양이 수묵화

요즘 내가 좋아하는 화풍은 잉크나 수채화로 휘날리듯 그린 그림들이다. 서양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동양적 매력이 느껴지고 여백을 강조하는 수묵화 같은 느낌을 주는 차분해지는 그림도 좋다. 언제나의 내 영감의 원천이 되주는 핀터레스트에서 최근 발견한 보물 같은 그림들이다. 안드레 페노백은 세르비아 작가이며 다양한 동물 그림을 잉크러 그리기로 유명한데 특히 고양이 그림들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그의 인스타 팔로워 수는 2023년 지금 기준 거의 7만명쯤이다. 잉크를 번지게 할 영역을 먼저 깨끗한 물로 종이를 젖게 하고, 젖은 종이 영역에 잉크를 떨어트려 서서히 번지게 하는 화법인 것 같다. 잉크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번지게 하려면 물의 양 잉크의 양, 방향 등을 사전에 계획하고 여러번 테스..

art 2023.09.15

물레 도자기 클래스 첫날 소감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20년 초 새해부터 시작할 취미로 도자기 손성형을 입문했었다. 도자기 만들기가 sns 상에서 많이 보여서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결과물이 뚜렷한 형체로 나와 실제 사용까지 할 수 있다는 도자기를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손 성형으로 꽃병부터 머그잔(이상하게 다른건 멀쩡한데 꼭 머그만 만들면 금이 가 사용을 못했다), 작은 항아리, 납작한 형태의 접시들을 많이 만들었다. 손 맛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그릇들은 만들기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재미 있었다. 근데 도전을 두려워하는 성향 탓에 만들기 쉬운 것만 계속 만들고 유약바르기까지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빋았더니 도자기를 만드는 실력이 향상될 여지가 없었고 실험 정신이 생기지 않았다. 1년 이상 하고 나서는 내가 만들 수 있는 도자..

archive/write 2023.09.09

티파니 주얼리 디자이너 엘사 페레티 (Elsa Peretti)

나는 꾸미는데 그렇게 열성적이진 않다. 쇼핑앱에 오래 머물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 결제창을 몇번이고 켰다 닫았다, 무얼 하나 사더라도 쏟아져나오는 선택옵션으로 인한 결정장애로 결국 오랜 시간 머물러도 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종류가 너무 많아도 그 중에서 좋은 제품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모든 물건이 과분하게 많아지는 시대, 점점 피곤하다. 앞으로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적어지진 않겠지. 그래서 사고 싶은 아이템이 있어도 성격상 쉽게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르는데 드는 에너지 비용 (물론 가격도..ㅎ) 때문에 요즘들어 생필품이 아닌 내 정체성을 표현하는 아이템들은 잘 구매하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주얼리를 사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옷은 심플한 걸 추구하는 편인데, 화장도 거의 하지 않다..

art 2023.09.07

[yoga diaries]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회사 근처 요가원에서 출근 전 요가를 시작한지 한달이 지나 6주차가 됬다. 매주 3회를 가는 편인데 처음엔 일어날 자신이 없었지만 한달이 되니 습관이 되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한결 쉬워졌다. 우리 집은 아침을 먹는 집이라 항상 출근할 때마다 빵, 커피, 과일, 달걀정도는 먹는 편이었는데 요가를 하면서부터 아침을 먹지 않게 되니 요가를 가지 않는 날도 아침을 라이트하게만 먹고 출근을 좀 더 일찍 하게 된다. 아침을 먹는 직장인 보다는 안먹는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봤지만 늘 먹다 아침을 먹지 않으니 처음엔 배가 많이 고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아침을 먹지 않아도 약간 그 허기진 느낌을 즐기게 됬다. 아침을 먹지 않으니 시간도 아끼고 점심을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물론 ..

archive/write 2023.08.31

엑셀 (Excel) 아티스트 타츠오 호리우치 (Tatsuo Horiuci)

오늘 발견한 새로운 작가, 타츠오 호리우치. 오직 엑셀로만 그림을 그리시는 이제 80이 넘으셨을 나이의 디지털 아티스트이다. 2000년도 쯤 은퇴후 그림을 그리고 싶었는데 물감으로 그리기는 번거롭고, 컴퓨터 프로그램에 너무 많은 돈을 들이고 싶지는 않아 엑셀을 선택했다고 한다. 엑셀에 벡터 기반으로 이렇게 복잡한 그래픽을 만들어내는 기능이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다. 은퇴 후 그림을 시작하며 앞으로 10년 안에 사람들에게 보여줄만한 실력의 그림을 그려내겠다고 결심했다고 한다. 물감이나 포토샵을 구입할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실험 삼아 PC만을 사용해 대단한 그림을 그려내보고 싶다고 했다.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도구는 이 세상에 너무나 많다. 때로는 선택지가 너무 많은 것도 시작을 하는데 방해되는 요소가 된다..

art 2023.08.28

빈야사, 그리고 피에르 술라주의 검은 그림들

오늘 오전도 출근 전 아쉬탕가 요가 수련을 하러 갔다. 5주째 모닝 요가를 하고 있는데, 몸이 많이 가뿐해지고 더 건강해진 느낌이다. 오늘은 새로 오신 초급자 분들이 꽤 많아서 본격적인 아쉬탕가보다는 기초 동작, 웜업 느낌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나는 요가를 꽤 어릴때부터 접했다. 꾸준히 한 건 아니고 난이도 있는 동작을 하기 위한 노력을 별로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숙련자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초보자도 아니다. 암튼 최근 모닝 요가를 한달 정도 하니까 전보다 요가를 할 때 동작 간 플로우가 훨씬 매끄럽고 힘이 덜 드는게 느껴진다. 특히, 내가 다니는 요가원 선생님들이 요가 동작을 하며 느껴야하는 부분들을 굉장히 구체적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어떤 부분에 힘을 주고, 어떤 부분에 힘을 빼야 하는지 세세..

art 2023.08.25

프랑수와 알라르 사진전

회현역 피크닉에서 열렸던 프랑수아알라르 사진전의 뒤늦은 후기 기록. 프랑수아 알라르는 주로 예술가들, 디자이너들, 유명인사들의 집의 내부를 찍는 작가로 많이 알려져 있다. 사적인 방문이라는 뜻의 이번 전시는 단순히 유명한 사람들이 사는 집의 인테리어 사진, 그 이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집 주인의 성격과 삶에 대한 태도, 철학, 열정등 한 개인의 사적인 영역을 집을 꾸민 방식과 사물들을 통해 드러내고자 했다. 전시장으로 가는 입구가 너무 기분 좋은 !

art 2023.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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