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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조화를 이루는 집

나는 전체의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조화로운 배치와 관련된 것을 좋아한다.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내건, 그 조화를 내 손으로 직접 만들어 냈을 때 깊은 만족감을 느꼈다. 사진의 구도를 잡으며 가장 조화로운 각도와 순간을 잡았을 때, 적당한 크기의 화병에 적당한 양의 길이의 꽃들이 딱 알맞게 꽂아졌을 때, 그린 그림의 전체적인 느낌이 내 의도와 비슷할 때, 테이블 위의 큰 보울에 과일이 자연스럽게 올려져 있을 때, 어지러운 서랍에 질서를 부여 했을 때, 책장의 책들을 서로 비슷한 분야 또는 표지 디자인에 따라 보기 좋게 꽂아놓았을 때. 집에 걸리적 거리는 가구를 새롭게 배치하고 그로 인해 수납의 문제가 완벽히는 아니더라도 지저분해보이는 것들이 어느정도 해결 됐을 때. 조화는 안정감을 가져다주고 일상의 자극에 대..

기록들/journal 2023.10.19

요시모토 나라 도자기 전시 (한남동 페이스갤러리)

요시모토 나라의 소녀 그림들은 어디서 처음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익숙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패션 브랜드와 콜라보도 하고 좀 더 대중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미술 작품인 듯 하다. 강렬한 이미지의 소녀 그림이라 당연히 여성 작가라고 무심코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서울에서 전시 소식을 듣고 작가에 대해 검색해보며 남성 작가라는 사실을 처음 알게되었다. 91년에 처음 만화 캐릭터 같이 굵은 선으로 묘사된 조그만 칼을 들고 위를 향해 쳐다보는 동그란 얼굴의 소녀가 나라의 그림에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한남동 페이스 갤러리에서 열린 전시는 아크릴 회화 작품 보다는 도자기 작품이 주를 이루었다. 중간 중간 호텔 비품 종이나 박스위에 낙서 하듯 그린 그림들도 있었다. 요시모토 나라의 도자기 작품들은 회화작품들..

유한성이 주는 의미에 대해

사람들은 보통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 보고, 그 외의 것들은 필터링한다. 눈은 뜨고 있지만 진짜 보는 것은 아니고 대부분의 시각 정보는 뇌에 도달하지 않는다. 눈은 볼 수 있는 능력이 되지만 뇌가 정보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많은 것들을 놓치기도 한다. 근심걱정에 휩싸여 있어, 지하철 창가로 보이는 구름 뜬 하늘을 감상하지 못하고, 업무 스트레스에 치여 옆자리에 있는 사람의 헤어스타일이 바뀌었어도 인지하지 못한다. 이렇게 우리는 수많은 주변 정보들을 거의 놓치고 산다. 사실 당연한 것이다. 세상이 보여주는 모든 정보를 놓치지 않고 다 담아내고 그것을 인지하고 정보로 활용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그럴 필요까진 없다. 우리 주변에 항상 당연하게 있는 사물들이나 환경은 주의깊게 들여다 보기..

기록들/journal 2023.09.28

시간을 채우는 방법들.

해가 부쩍 짧아졌다. 저녁 날씨는 꽤 쌀쌀해져 반팔만 입으면 서늘한 기운에 몸이 약간 움츠러든다. 이 계절이 오면 마음도 함께 조금은 쌀랑해진다. 1년은 정말 빠르구나, 올해 내가 한 일들은 점점 작아지고 내가 하지 못했던 것들이 더 많이 생각나며 마음이 조금 불안해져온다. 시간은 내가 뭘해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간다. 내가 계획한 일이건, 계획하지 않은 일이건 내 사소한 결정과 발걸음에 이끌려 나의 시간이 채워지고 때가 되면 함께 지나간다. 어떤 일들과 생각으로 시간을 채울지 너무 전전긍긍하면 정작 아무 것도 채워지지 않는다. 무엇이든 좋으니 흠뻑 빠지고 집중하면 그렇게 보낸 시간은 나에게 결국 돌아오는 것 같다. 하지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집중하지 못하며 불안한 생각, 자책하는 생각들은 언젠가는..

기록들/journal 2023.09.26

예올북촌가에서 백자와 화각 공예 전시, 북촌 한옥마을 구경

최근 유튜브에서 북촌한옥마을에 다 쓰러져가는 한옥을 매입하여 새롭게 리모데링해서 사는 분의 집을 보고 한옥의 매력에 푹 빠졌다. 한옥을 새로 고쳐서 산다는 것은 정말 거대한 프로젝트지만 길게 인생을 봤을 때 분명 후회보단 뿌듯함과 그렇게 하길 참 잘했다고 생각할만한 일인것 같다. 마음먹기는 쉽지 않겠지만 어느날엔가 마음만 먹는다면 못할 것도 없는 일이다. 실제로 그렇게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은 그만큼 간절하게 원하진 않는다는 것. 나도 그 영상을 보고 한국에 계속 쭉 산다면 한옥을 고쳐 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했다. 공간의 생명력이 없는 획일화되고 천편일률적인 일반 아파트에 사느니 조금 더 고생스럽더라도 구석구석 모든 디테일에 내 손이 들어가고 내 아이디어가 들어가는 집, 그것..

안드레 페노백(Endre Penovac)의 개와 고양이 수묵화

요즘 내가 좋아하는 화풍은 잉크나 수채화로 휘날리듯 그린 그림들이다. 서양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동양적 매력이 느껴지고 여백을 강조하는 수묵화 같은 느낌을 주는 차분해지는 그림도 좋다. 언제나의 내 영감의 원천이 되주는 핀터레스트에서 최근 발견한 보물 같은 그림들이다. 안드레 페노백은 세르비아 작가이며 다양한 동물 그림을 잉크러 그리기로 유명한데 특히 고양이 그림들로 많이 알려져 있으며 그의 인스타 팔로워 수는 2023년 지금 기준 거의 7만명쯤이다. 잉크를 번지게 할 영역을 먼저 깨끗한 물로 종이를 젖게 하고, 젖은 종이 영역에 잉크를 떨어트려 서서히 번지게 하는 화법인 것 같다. 잉크가 원하는 만큼, 원하는 방향으로 서서히 번지게 하려면 물의 양 잉크의 양, 방향 등을 사전에 계획하고 여러번 테스..

물레 도자기 클래스 첫날 소감

코로나가 터지기 직전인 2020년 초 새해부터 시작할 취미로 도자기 손성형을 입문했었다. 도자기 만들기가 sns 상에서 많이 보여서 해보고 싶은 것도 있었고 결과물이 뚜렷한 형체로 나와 실제 사용까지 할 수 있다는 도자기를 꼭 한번 배워보고 싶었다 손 성형으로 꽃병부터 머그잔(이상하게 다른건 멀쩡한데 꼭 머그만 만들면 금이 가 사용을 못했다), 작은 항아리, 납작한 형태의 접시들을 많이 만들었다. 손 맛이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그릇들은 만들기가 그렇게 까다롭지 않아 재미 있었다. 근데 도전을 두려워하는 성향 탓에 만들기 쉬운 것만 계속 만들고 유약바르기까지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빋았더니 도자기를 만드는 실력이 향상될 여지가 없었고 실험 정신이 생기지 않았다. 1년 이상 하고 나서는 내가 만들 수 있는 도자..

기록들/journal 2023.09.09

티파니 주얼리 디자이너 엘사 페레티 (Elsa Peretti)

나는 꾸미는데 그렇게 열성적이진 않다. 쇼핑앱에 오래 머물며 장바구니에 담았다 뺐다, 결제창을 몇번이고 켰다 닫았다, 무얼 하나 사더라도 쏟아져나오는 선택옵션으로 인한 결정장애로 결국 오랜 시간 머물러도 사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종류가 너무 많아도 그 중에서 좋은 제품을 골라내기가 쉽지 않다. 모든 물건이 과분하게 많아지는 시대, 점점 피곤하다. 앞으로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적어지진 않겠지. 그래서 사고 싶은 아이템이 있어도 성격상 쉽게 사고 싶은 물건을 고르는데 드는 에너지 비용 (물론 가격도..ㅎ) 때문에 요즘들어 생필품이 아닌 내 정체성을 표현하는 아이템들은 잘 구매하지 않게 된다. 그럼에도 최근에는 주얼리를 사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옷은 심플한 걸 추구하는 편인데, 화장도 거의 하지 않다..

[yoga diaries]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회사 근처 요가원에서 출근 전 요가를 시작한지 한달이 지나 6주차가 됬다. 매주 3회를 가는 편인데 처음엔 일어날 자신이 없었지만 한달이 되니 습관이 되어 아침에 일어나는 것도 한결 쉬워졌다. 우리 집은 아침을 먹는 집이라 항상 출근할 때마다 빵, 커피, 과일, 달걀정도는 먹는 편이었는데 요가를 하면서부터 아침을 먹지 않게 되니 요가를 가지 않는 날도 아침을 라이트하게만 먹고 출근을 좀 더 일찍 하게 된다. 아침을 먹는 직장인 보다는 안먹는 사람들을 훨씬 더 많이 봤지만 늘 먹다 아침을 먹지 않으니 처음엔 배가 많이 고팠다. 하지만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는 아침을 먹지 않아도 약간 그 허기진 느낌을 즐기게 됬다. 아침을 먹지 않으니 시간도 아끼고 점심을 더 맛있게 먹게 되었다. 물론 ..

기록들/journal 2023.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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